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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0 [d200] 야식과 에피소드 (12)







떡볶이와 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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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시간에 야식을 부담없이 즐겨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거나,
2. 아니면 몸매를 포기한 노처녀이거나,
3. 하루 종일 쫄쫄 굶고 지금 막 퇴근해서, 먹을 밥이 없으니 저거라도(?) 먹는 상황이거나.
4. 끝으로, 지금 여기가 한국의 반대편인 유럽 어디쯤이라서 새벽 1시가 아닌 낮 1시 이거나.




나는 2번의 경우에 가깝다고 해야하는게 맞겠다.


배가 너무 고파서, 무릎나온 츄리닝과 슬리퍼 차림에 파란모자 덮어쓰고 포장마차가 즐비하고, 더불어 사람들또한 많은 서울대입구역으로 나갔다.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슬슬 30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옷차림에서 비롯되는 시선들에게서 당당해 질 수 있다.-_-;)
바람이 쌀쌀해 잰걸음으로 걷다가, 멀리서 보이는 횡단보도 파란신호등에 '저걸 건너고 말겠다'라는 생각으로 공부하듯이 뛰었다. 물론 나의 달리기 실력으로는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를 단숨에 그리고 멋지게 건넜을 리는 없다. 슬리퍼 신고 츄리닝 입고 엉거주춤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나는 더이상 이 동네에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다. 그나마 모자가 있어 다행이다.
간발(?)의 차이로 파란불을 놓쳐버린 나는, 횡단보도 앞에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데, 나와 비슷한 차림의 키 큰 남자가 내 팔을 슬며시 잡으며, '저기...' 한다.
몹시 놀라서 '엇'하는 소리와 함께 팔을 뿌리치며 옆으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학부 2학년때 미팅했던 남자란 걸 단박에 알아차렸던 그 짧은 찰나에, 머릿속에선 그 시절의 대학생활들이 스쳐갔고, 또 지금의 내 옷차림이 떠올라 팔을 앞으로 둘렀다.
"꼬맹이 많이 컸네"하며 내 머리를 가볍게 만진다. (꼬맹이란다. 하긴 한 7년만이니까.)
"내가 컸나? 키는 그대론데" 하는 시답잖은 얘기를 하면서 나는 부끄럽게 웃는다. 아...
서로, 할 말이 없었던 탓에 그 짧은 시간동안 긴 침묵이 흐른다.
어디가냐는 질문에 나는 떡볶이 사러 가는 길이라 했고, 그 오빠는 편의점으로 주문한 책 받으러 간다고 얘기했다. 무슨 책일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질문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하기엔 참 생뚱맞은 것 같아서 그냥 넣어뒀다. (물어볼 걸, 살짝 후회했다. 무슨 책을 보는 지 알면, 현재의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긴, 내가 현재의 그 사람을 알아서 뭣하리-)
그렇게 우리는 짧게 인사를 주고 받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이씨, 운동화라도 신을 걸... 슬리퍼가 뭐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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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 머리를 만진 건, 기분이 좋았다-

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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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ictura 2008/03/20 12:16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alice-님 블로그는 밤에 오면 안되겠어요. 맨날 야식 뽐뿌에... ( ㅡ_-)+
    오늘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테러를 피했으니 망정이지. 휴~

    • BlogIcon alice- 2008/03/20 12:30 댓글주소 | 수정/삭제

      아,,, 테러를 피하셨다니,,, 아깝따~~~~ -_ㅜ
      하하하, 앞으로 밤에도 종종 오실거라 믿고,
      만찬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

  2. BlogIcon EastRain 2008/03/20 12:44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아, 저 순대 킬런데 말이죠! 으하하하!

    • BlogIcon alice- 2008/03/20 12:49 댓글주소 | 수정/삭제

      하하하, 저 순대 정말 맛있는데-
      아 이거 어쩌나, 대접해드릴 수도 없고 말이죠!
      ^^ 점심 맛있게 드세용-

  3. BlogIcon openureyes 2008/03/20 12:56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순대뒤에 숨어 있는 간이.. 쩝쩝

  4. 구름아저씨 2008/03/20 16:51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소탈하신 성격(맞나요? ^^;)과 글들, 게다가 에피소드까지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평범하신듯한데 평범하시진 않을것 같아요.

    퇴근무렵 또 허기진 배를 잡고 씁니다. ㅠㅜ

    ** 아침엔 블로그에 뭔일이 있었나봐요. 접속이 안되어서 말예요. :)

    • BlogIcon alice- 2008/03/20 17:07 댓글주소 | 수정/삭제

      네, 털털해요. 여자친구들끼리 있을때만 무지 털털한데,
      한 3년 넘게 무지 털털하게만 지냈더니,
      내 안에 털털함이 아에 자리를 잡아버렸나봐요. ^^;

      곧 퇴근하시네요, 내일은 행복한 금요일 +_+

      저녁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늘 좋은 사진 잘보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

      아침에 블로그가 접속이 안되었는지 몰랐어요, ㅠㅠa

    • BlogIcon 구름아저씨 2008/03/21 10:23 댓글주소 | 수정/삭제

      블로그 접속 안되는 걸 모르셨었군요. 같은 티스토리인데 제것은 접속이 되어서 이상하다 싶었어요.
      혹시나 한 참 소통에 재밌어 하시다가 블로그 접고 도망가신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하하 ^^

    • BlogIcon alice- 2008/03/21 10:37 댓글주소 | 수정/삭제

      블로그 생활 이제 시작했으니 한창 재미있어 할 때예요. 하하하-
      블로그 참 재미있는 세상이에요-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서로 소통한다는 거,
      참 설레는 일이에요 +_+

  5. BlogIcon Fallen Angel 2008/03/20 23:32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떡뽁이 국물에 만두 찍어 먹으면 맛있는데..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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